입을 옷은 수 만 가진데, 어떻게 입을지 모르겠을 때! 코디북(Codibook)
자유는 지극히 이중적인 개념으로, 그 사전적 정의대로라면 ‘남에게 구속을 받거나 무엇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 의지대로 행동하는’, 몹시도 편안한 상태와 연결되는 듯해보인다. 그러나 사실, 자유는 결코 주체를 온전히 ‘자유로운’ 상태로 있도록 하지 않는다. 주체는 주체가 되어야 하는 부담을 가지며, 끊임없이 의지를 가지고 선택을 직면해야 하는 짐을 지게 된다. 자유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은, 고등학생 신분을 벗어난 지 오래지 않은 어린 성인들이 가장 당황스럽게 받아들이는 자유 중 하나가 의복 선택의 자유이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고등학교가 빈부격차로 인한 위화감 조성 방지, 공동체 의식, 단정함 등을 이유로 교복을 지정해놓으므로, 고등학교를 벗어난 성인들은 매일 아침 옷을 골라야 한다는 점을―심지어는 계절감마저 뚜렷하여 계절 별로 다른 옷의 세트를 생각해야 한다. 여름의 기온은 30도를 상회하는 한편, 겨울은 영하 20도까지도 떨어지므로.― 아주 짧은 기간, 한때는 설렘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 어느 시점에선, 옷을 고르는 게 생각보다 번거롭다는 것을, 마음에 드는 옷을 산다고 다가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마침내는 차라리 교복이 주어져 있을 때가 나았다고 할 때가 올 터이다. 자유가 주어지는 것은 그것을 누리는 것과는 별개의 일이니, 이것을 누릴 수 있도록 적절한 도움이 필요하다. 그리하여 소개하는 애플리케이션이 바로 ‘코디북(Codibook)-패션, 코디, 쇼핑’이다.
애플리케이션 ‘코디북’은 다양한 쇼핑몰의 옷과 악세서리 등 상품 이미지를 콜라주하여 그것들이 얼마나 어울리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이 콜라주된 이미지 하나하나가 ‘내 코디’ 항목에 저장되는데, 이것은 각종 해시태그와 함께 코디북 내에 공유된다. 이렇게 공유된 이미지는 저장할 수 있기도 하다. 또한 사람들에게 노출된 이 이미지에 대해 사람들이 ‘좋아요’ 반응을 남길 수 있다. 이것은 상대에게 보이는 반응인 동시에, 북마크 기능으로도 작용하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기존에 마음에 들어한 코디-콜라주를 찾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마음에 드는 코디를 포스팅하는 사용자를 팔로우하여 피드를 꾸릴 수 있다는 점, ‘좋아요’ 의 수가 많으면 피드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며, 또한 주차 별로 인기있던 코디가 집계되어 패션 트렌드를 통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은 크게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직관적인 이미지와 피드로써 사용자가 패션 센스를 습득할 수 있게 도와준다. 나아가 애플리케이션 내에서 특정 테마, 이를테면 ‘어그 부츠’, ‘노르딕 패턴’ 등을 내세운 컬렉션들을 제시하는데, 이로써 특정한 옷가지를 중심으로 하여 어떤 옷을 코디하면 좋을지, 사람들의 제안을 살필 수 있다.
이토록 다양한 패션을 보게 해주는 데 그쳤다면, 이 애플리케이션은 결코 100만 회 이상 다운로드라는 기록을 달성하지 못했을 것이다. 코디북에는 또한 패션 쇼핑몰이 입점되어 있어 옷을 발견하는 즉시 인터넷으로 주문할 수 있다. 정확히는, 코디 콜라주를 만들 때 사용할 수 있는 이미지는 전부 현재 구입할 수 있는 상품들이며, 포스팅된 코디 콜라주 아래로 바로 해당 코디에 활용된 아이템의 목록과 입점 쇼핑몰, 가격과 구매하기 버튼이 보인다. 애플리케이션에서 벗어나지 않고도 해당 상품에 대한 상세정보와 리뷰를 볼 수 있으며, 나아가 그 제품을 활용한 다른 코디들을 확인할 수 있다. 특기할 점은, 각기 다른 사이트에서 구입하여 달리 배송되는 제품들이라도, 배송장을 이 애플리케이션, 한곳에 모아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코디북’은 신세대적인 카탈로그인 동시에 소셜 미디어이며, 한편으로는 아울렛이기도 하다. 이전에는 분산되어있던 기능과 공간이, IT를 매개로 하여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에 집약된 형태인 것이다. 이러한 효율성 말고도, 인간 대 인간의 소통 없이 옷에 대해서 알아볼 수 있다는 것, 동시에 스크랩북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크게 장점으로 작용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여성 의복만을 다룬다는 데에 한계가 있다. 하지만 이는 우선 패션에 대한 남성의 관심이 커진 후에야 이러한 확장을 기대해볼 수 있을 듯하다. 무엇을 입을까, 자유가 주어진 이상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유롭게 방황하고 시행착오를 거쳐 마침내 자신에게 맞는 코디를 찾아가는 것도 유의미한 과정일 테지만, 다른 무엇보다도 이 과정을 두려워하지 않게 해주는 것, 일종의 나침반 같은 것, 이 잘 터놓은 길 같은 애플리케이션, 코디북이 있으면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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